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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관리자     2006.11.07, 12665 hit, 0 votes
현장 / 보령 백운사의 ‘월동’ 준비
“마음에 힘이 되는 겨울”
적잖은 도시인들에게 월동(越冬)은 이미 까치발로도 가뿐히 넘을 수 있는 벽이다. 춥다 싶으면 안방에 있는 보일러 제어기만 조절하면 그만이고 김치는 사시사철 대형마트에서 배달해 먹을 수 있다. 호환(虎患)에 버금가게 무서웠던 동장군을 이젠 돈 몇 푼만 쥐어주면 멀리 쫓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겨울을 막으려면 온몸을 던져야 하는 사람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사진설명: 보령 백운사에서 땔감을 나르며 월동준비에 분주한 법찬(오른쪽), 혜각스님의 모습. 신재호 기자 >

성주산 해발 350m에 위치한 충남 보령 백운사(白雲寺). 9세기 신라시대 무염스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산사지만 보령에선 인근의 성주사지가 더 잘 알려진 불교명소다.

그리고 지척에 둔 사지의 시샘을 받아서인가, 백운사도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다. 백운사엔 주지 법찬스님이 상좌 혜각스님과 단둘이 머물며 수행하고 있다.

전각이라곤 아담한 극락전과 30평 남짓한 요사채 단 2동. 민가 역시 차를 타고 5분 이상 나가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나마 법찬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3년전엔 진입로마저 없었다. 사람들은 성주산에서 나는 석탄과 오석(烏石, 비석의 재료)을 퍼가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천년고찰이 썩어가는 줄 몰랐다. 겨울은 전기도 물도 나오지 않는 고도(孤島)를 마음껏 유린했다.

지하수 나오는 관정엔 열선 넣고

하루 7번 확인하는 ‘화목보일러’

1톤 트럭 12대분 땔감마련 진땀

‘관선무’ 수행하며 ‘冬장군’ 제압

입동(7일)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난 1일 찾은 백운사는 벌써 보일러를 틀고 있다. 나무를 연료로 하는 화목(火木) 보일러. “말이 보일러지. 아궁이만 못합니다. 하루에 최소한 7번씩은 나무를 갈아줘야 해요.” 성주산 깊숙이 박힌 백운사는 한겨울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 방안에서도 파카와 솜바지를 껴입고 지낸다. 지금도 저녁나절엔 체감온도가 0도까지 곤두박질친다.

강원도도 아닌데 눈은 왜 이리 자주 그리고 많이 오는지. 눈이 내리는 즉시 고립되는 까닭에 월동 준비는 곧 생존과 직결된다. 요사채 출입문마다 두꺼운 비닐을 덧대는 법찬스님은 창고 한편에 수북이 쌓인 땔나무 더미를 바라봤다. 1톤 트럭 12대 분량이다. 한달에 2톤씩 잡아먹는 보일러의 먹성을 감안하면 과연 저것만으로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꽤나 걱정된다.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지하수가 나오는 관정 입구에 열선(熱線)도 넣었다. 해충이 섞인 물을 찔끔찔끔 내뱉는 관정이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양반이다.

“재작년엔 무려 800m 길이의 호스를 어깨에 둘러메고 계곡을 따라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2시간의 등반 끝에 찾은 수원(水源)에 호스를 꽂아 식수를 겨우 해결하기도 했죠.” 아무리 몸으로 때운다고 하나 절 곳곳에서 고드름처럼 새나가는 돈은 어쩔 수 없다. 겨울에만 서러운 것이 아니다. 초파일엔 꼭 들러 불전함에 쌈짓돈을 넣고 가던 노보살 두 명도 건강이 나빠졌는지 요즘은 통 볼 수가 없다.

유일한 신도가 사라지자 연 수입은 2곳의 이동통신사가 기지국 설치를 위한 토지임대료로 내놓는 300만원이 전부다. 물론 스님에게 가난은 전혀 공포가 되지 않는다. 추위는 마음에서 온다는 강한 확신.

법찬스님은 지난 5월 입적한 전통무술 ‘불교금강영관’의 대부 양익스님의 직계 제자 중 한 명이다. 튼튼한 마음은 튼튼한 몸에서 비롯된 셈이다. 양익스님은 생전에 백운사에 들러 “공부터로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며 제자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오랜 세월 스승의 법을 이어 관선무(觀禪武)를 단련한 스님은 구태여 돈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동장군을 제압할 수 있는 내공을 지녔다. “생쌀과 솔잎만 먹으며 산 때도 있는데요, 뭘.”

법찬스님은 이번 겨울을 새고 난 뒤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관선무 수련회를 열 참이다. 아울러 옛 사격을 복원하기 위한 불사를 앞두고 도량 정비에 나섰다. 상좌 혜각스님의 힘찬 발차기가 겨울을 재촉하는 몸짓으로 여겨진다. 죽음의 계절? 두 스님에겐 마음에 힘이 되는 겨울이다.

보령=장영섭 기자

[불교신문 2276호/ 11월8일자]

2006-11-06 오전 9:26:33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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